출근 시간, 복작복작한 지하철 안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운동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백팩을 멘 다른 남성에게 불편하니 옆으로 가라며 버럭 화를 냈어요. 이어폰 때문에 대화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험악해진 분위기는 느껴지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습니다. 고개를 기웃거리며 싸움 구경을 하거나, 저처럼 무표정으로 살며시 자리를 피하거나요. 남의 말다툼 내용이 썩 궁금하지도 않고 에너지를 쓰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나의 무표정이 마치 배터리를 아껴 쓰는 절전모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님은 언제 절전모드가 필요한가요? 일하면서 가뜩이나 에너지를 많이 쓰는데, 실시간으로 고갈되는 내 소중한 에너지를 아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 마음에 절전모드를 켤 수 있어요. 실제로 무표정을 지으면 웃는 얼굴을 할 때보다 안면 근육이 덜 쓰인다고 합니다. 웃을 때는 입 주변, 눈가에 힘이 들어가지만 무표정에는 상대적으로 얼굴 움직임이 적게 들거든요. 이렇게 조금씩 에너지를 비축해 두면, 그 힘을 나를 위해 쓸 수 있게 됩니다. 남에게 웃어보이거나 눈쌀을 찌푸리는 대신에 조용히 자신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오늘의 컬러는 무표정한 회색입니다. 어디에든 무난하게 어울리는 회색에서 편안함을 느껴 보세요. 회색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지만 조용히 자기 자리에 있어주는 색입니다. 굳이 곱씹어 볼 필요 없는 일들이 자꾸만 떠오를 때 바로 이 컬러가 필요합니다. 들어서 기분 나빴던 말들, 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말들이 생각날 때 회색의 무표정 스위치를 켜 보세요. 지금부터 깊은 심호흡을 세 번 해 봅니다. 코로 깊이 들이 마시고, 입으로 후-뱉으며 내쉽니다. 은은한 회색빛처럼 어디서든 나는 내 페이스를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누구에게도 쉽게 휘둘리거나 꺾이지 않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