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내 부족함을 보이는 두려움이 커지면 잊어버리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많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내가 원했던 멋진 모습의 선배가 되지 못하고, 나를 완벽하게 따라주는 후배를 만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런 와중에도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님이 대단해요. 우리는 이 시간을 겪어내며 나도 모르게 나만의 깊이를 만듭니다. 커리어패스, 가치관, 삶의 방향이 제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일 거예요. 머릿속으로 와인 매대를 한 번 떠올려 보시겠어요? 제각기 다른 지역의 농장에서 딴 포도가 다른 통에서 다른 시간을 거쳐 숙성되어 눈 앞에 와인 한 병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일들을 겪고 우당탕탕 선배가 되어 버린 우리들 같지 않나요?🍷
이름도, 가격도 보지 않고 그냥 맘에 드는 라벨의 레드 와인을 골라서 한 잔 따르는 상상을 해 보세요. 지금부터 깊은 심호흡을 세 번 해 봅니다. 코로 깊이 들이 마시고, 입으로 후-뱉으며 내쉽니다. 모든 일이 잘 돌아가게 하려고 애쓰느라 분주하고 고단했을 내 마음을 돌아 봅니다. 숨을 감각하며 잠시만 멈췄다 가세요. 나의 수고를 인정해 줍니다. 좋지 않은 상황도 언젠가 지나갈 것이라고 짐작해 보세요.
선배 역할이 어려울 때,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 보다는 명확한 언어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구체적이고 효율적으로 충고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인내심이 허락한다면 후배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겠네요. 후배가 일터에서 나와 함께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미 꼰대는 아닌 것 같으니 너무 염려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