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차가 넘는 '오늘의 컬러명상'으로 우리는 바쁜 일상에 숨 돌릴 틈을 함께 만들었지요. 덕분에 저는 책 <오늘의 기분은 무슨 색일까?>도 출간하고, 컬러명상으로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생각을 하며 보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충전되었는지 다시 글을 쓰고 싶어져서, 비잉10 레터를 시작하려고 해요. 새롭게 이어지는 코너는 '오늘의 아트 테라피' 입니다.
일하는 마음에 필요한 예술 한 조각을 추천합니다. 그림이나 음악, 공연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8:50 발송됩니다.
명상과 감상은 꽤 비슷한 활동입니다. 가만히 한참을 들여다보면 결국 나의 내면과 이어진다는 점에서요.
비잉10에서는 작품에 대한 지식 습득이 아닌, 작품을 보는 나와 더 가까워지는 감상을 합니다. 컬러명상이 그랬듯 레터를 따라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될 거예요. 마음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 드릴게요.
그럼, 설레는 마음으로 첫 번째 아트 테라피를 시작해 봅니다.
오늘의 아트 테라피 #001 일하는 마음에 필요한 예술 한 조각
김환기, <십만개의 점 04-VI-73 #316> (1973)
제목처럼 십만개는 될 듯한 수많은 점들로 이루어져 하나의 세계를 완성합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하늘과 땅 같기도 하고, 타임랩스를 돌린 것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시간의 한 자락을 포착한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작품의 실물 사이즈는 무려 2미터가 넘는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터치가 있었을지 상상해 봅니다. 저는 이렇게 과정이 궁금해지는 예술 작품이 좋아요. 원래 사랑에 빠지면 뭐든 궁금해진다고 하잖아요? 김환기 화백은 이 수많은 점을 하나씩 찍을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점을 수백개쯤 찍었을 때는 남은 캔버스의 여백이 광활하고 막막하게 느껴졌을 텐데,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을까요?
오늘 하루 분명 바쁘고 정신없이 살았는데 성과는 아쉽기만 한 날, 지나온 과정들이 한없이 보잘것 없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십만개의 점>은 그런 날에 다시 보고 싶은 그림입니다. 푸른 빛의 점을 하나씩 그려 빼곡하게 채워간 이 그림은 성실함이 가진 숭고한 아름다움이 엿보입니다. 평범하고 별 일 없던 날, 큰 사건사고 없었던 그런 날들을 떠올려 보세요. 소소하게 커피를 마시고, 동료와 가벼운 농담을 나누고, 주어진 분량의 일을 성실하게 해 낸 날들을 우리는 분명히 겪었습니다. 그런 날들이 모여 오늘의 내가 되었죠. 마치 화가가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푸른빛 점 같지 않나요?
성실하게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나만의 맥락, 나만의 큰 그림이 조금씩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 하루를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는 <십만개의 점>을 검색해서 모니터 속 이미지를 잠시 들여다 보세요. ‘내 삶을 이 작품으로 비유하자면 오늘은 어디 쯤에 있는 작은 점이었을까?’ 하며 실없는 보물찾기를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신중하고 차분한 에너지를 주는 푸른색, 일명 ‘환기블루(Whanki Blue)’를 바라보면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을 살짝 이완할 수 있을 겁니다.
긍정적인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는 날에는 기분을 끌어올리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비잉10과 함께 님에게 그 장치가 예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루 10분, 명상하듯 감상하며 그저 존재(being)해 봅시다.
다음 주에 다른 작품으로 만나요!
<십만개의 점>은 현재 석파정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