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독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소박한 침실을 그림으로 옮겼습니다. 생활감이 느껴지는 방 안에 작은 가구와 옷가지, 소품들이 보이고 직접 그린 그림 몇 점도 벽에 걸려 있습니다. 특히 노란색 페인트로 칠한 듯 한 침대 프레임이 눈에 띄네요. 주인 없는 빈 방 풍경을 보며, 내가 집을 떠나 일하고 있을 때 비어있는 내 방 풍경은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 봅니다. ‘정리 안 해서 엉망일텐데…’ 네, 제 방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사람이 머문 공간에는 그 사람의 정서와 영혼이 조금은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이 방의 주인은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그는 파리를 떠나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아를이라는 도시에 와서 이 방을 구했습니다. 저도 고흐처럼 일터를 옮기느라 새로운 집을 구해 본 경험이 있어요. 가족과 친구들이 많은 익숙한 동네에서 벗어나 집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이사를 오고 나서는 한동안 편안하게 잠드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19세기 프랑스의 반 고흐도 낯선 도시에서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설레면서도 불안한 밤을 보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바뀐 잠자리 말고도 우리의 잠을 방해하는 것들은 많습니다. 혹시 어젯밤, 내일 출근이 두려워 불안한 마음으로 들지는 않았나요? 아침에 눈 뜨는 것이 달갑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면 <아를의 침실> 그림을 함께 감상하고 싶어요. 집 밖에서 일어난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해도 내 방 한구석에서 만큼은 평온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쉽게 잠이 오지 않고 나쁜 꿈을 꾸기도 합니다.
이 그림에는 노랑색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노랑은 예민하게 경계하는 마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깊은 휴식을 취하고 싶지만 남아있는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고흐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 냈을 겁니다. 전형적으로 고급스럽거나 누가봐도 평온해 보이는 침실을 묘사하지 않은 이 그림은, 오히려 불안함을 안고 잠을 청해본 적 있는 이들에게 덤덤한 위로를 건네는 듯 합니다. 어떤 불안이든 다 이유가 있을 겁니다. 외면하거나 애써 떨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팔베게를 해 주고 토닥토닥 재워 보세요. 일단 오늘 밤만이라도 고요한 잠에 푹 빠질 수 있게요.
오늘의 아트 테라피 한 조각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침실> 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루 10분, 명상하듯 감상하며 그저 존재(being)해 봅시다. 다음 주에 다른 작품으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