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지 않고, 의심하지 말고 앞으로만 나아가면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올텐데.'

아마 지구상 모든 서사를 통틀어 이 말에 가장 뼈저리게 공감하는 인물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일 겁니다. 오르페우스는 뱀에 물려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지옥까지 따라가서 구해오지만, 도착하기 전까지 뒤돌아보지 말라는 신들의 명령을 어겨 결국 에우리디케를 살리는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많은 작가들이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그림은 다른 그림들과는 조금 다르게 마치 이번에는 성공할 것 같은 분위기를 주네요. 희망고문이 원래 더 나쁜 법인데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오르페우스가 '하데스타운'이라는 가상의 지하 탄광도시에 붙잡혀 간 에우리디케를 찾으러 간다는 현대적인 해석이 재미있는 극입니다. 신화 모티프인 만큼 관객들은 결말을 다 알면서도, 오르페우스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노래에 홀려 함께 마음을 졸이며 이번만은 성공하기를 응원하게 되죠.🙏

신화 속 '뒤를 돌아본다'는 설정은 자꾸만 지난 일을 후회하고, 자신을 의심하여 불안과 강박의 굴레에 빠지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오르페우스의 실수에서 '지금-여기 (Here and Now)'의 중요성을 떠올려 봅니다. 지금-여기는 심리상담 기법 중 하나인 게슈탈트 상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이기도 한데요. 상담자가 내담자로 하여금 지금, 여기에 있는 나를 온전히 알아차리며 앞으로 가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것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인 지금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나를 조금씩 믿어보는 것이죠.

오늘 소개해드린 그림을 감상하며 이번에는 오르페우스가 정말로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다시 만난 에우리디케와 행복하고 소중한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이야기도 다시 얼마든지 그렇게 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