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뉴욕 패션업계 직장인 에밀리는 울어서 잔뜩 번진 눈화장을 하고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I love my job,I love my job, I love my job.” 나는 이 일을 사랑하니까 버텨야 한다는 주문처럼 들리죠. 님, 혹시 일을 사랑하시나요?
MZ들은 일하기 싫어한다는 편견이 미디어를 통해 퍼져 있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귀하게 생각하는데, 일을 자신과 동일시 하면서 일 마저 사랑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그러니 의미도 재미도 없는 일을 더 견딜 수 없게 됩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일을 떠맡으면 마치 나를 깎아내리는 것처럼 마음에 생채기가 나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애쓰며 살아온 나를 더 좋은 곳에 데려다 놓고 싶은데, 그걸 일로서 실현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사랑은 원래 아프고 힘든 거니까요.
오늘의 아트 테라피는 음악을 통해 치유를 전합니다.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하고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연주한 버전의 <사랑의 꿈>을 골라 보았어요. 사랑을 노래하는 음악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들어보면 5분의 연주곡 안에 사랑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담겨 있는 듯 해요.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로 이렇게나 복잡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결국 나를 사랑해서였구나, 나를 사랑하려고 애썼기 때문이구나- 하는 마음을 가만히 알아차리며 이 음악을 감상해 보세요.
더 이상은 일도, 나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포기는 쉽게 안 되어서 퇴사를 결정하는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퇴사를 완전히 결심하고 만난 인사 담당자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사랑하려던 노력을 멈췄습니다. 본질은 나에게서 시작된 일이니 일단 나를 지켜야 했어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니까요.
그 후로 2년 동안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강의를 준비하고, 워크샵을 진행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책을 만들었어요.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창업 교육 과정을 마쳤는데요. 마지막 날 사업 발표를 잘 해놓고 마무리가 문제였습니다. 눈물과 진심이 함께 터져버린거예요.
“저는 아트테라피 일을 할 때 너무 행복하거든요. 이렇게 행복한 일을 찾았다는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오래 하고 싶습니다. 근데 돈도 잘 벌고 싶습니다. ㅠㅠㅠ ”
창업 교육을 잘 마치고, 결국 다시 취업할 결심을 했습니다. 나는 프리랜서로, N잡러로 실패한건가? 어렵게 찾은 일을 포기하는 건가? 하는 마음, 나의 일과 삶을 사랑하려고 애쓰는 마음 때문에 요즘 참 속이 시끄럽습니다. 그럼 다시 <사랑의 꿈>을 들어요. ‘그렇지, 사랑이 이렇게 아름답고 복잡하지. 그렇지. 내가 이렇게 아름답고 복잡하지.’ 다시 호흡을 고르고, 할 일을 해 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처럼요.
오늘의 아트 테라피 한 조각은 피아노 연주곡 <사랑의 꿈> 이었습니다. 하루 10분, 명상하듯 감상하며 그저 존재(being)해 봅시다. 다음 주에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