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로 바짝 붙어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의 밤거리입니다. 이들은 퇴근하고 집으로 가거나 반가운 사람과의 저녁약속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겁니다. 아주 잰 걸음으로 빠르게들 움직이고 있는 것 같고요. 다들 조금씩 영혼은 없어 보이지만, 하루종일 일하느라 지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어쨌든 역동성이 느껴져요.
그런데 그림 오른편에 뒷모습만 보이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역주행을 하고 있네요? 얼굴도, 표정도, 옷차림도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저는 이 사람이 어쩐지 굉장히 느리게, 안감힘을 써서 어렵게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 같아요. 주변의 소음도 이 사람에겐 잘 들리지 않을 것 같고요. 님이 보시기엔 이 인물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시는지 궁금해요. (피드백에 남겨 주시면 댓글로 함께 이야기 해 보아요!)
얼마 전에 저는 이 역주행 가이(?)과 유사한 경험을 했습니다. 어느 뮤지컬 공연장 로비에서요. 기대되는 표정으로 가득한 사람들, 일행들과 모여 대화하는 모습, 티켓부스와 포토존 앞에 늘어선 줄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소음 속에서 살짝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 날 저는 뮤지컬을 보러 온 게 아니라, 오랜만에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러 온 것이었거든요. 잠시 그 공간을 이방인처럼 구경했어요. 그 순간 저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느껴졌습니다.
몇 년 전, 저는 뮤지컬 프로그램북 크레딧에 서 있는 제 이름을 볼 때 참 행복했어요. 아직도 공연을 정말 사랑합니다. 공연이야말로 음악과 미술이 모두 합쳐진 2~3시간의 완전한 몰입이자 집중 테라피 시간이거든요. 그 날은 북적이는 현장에서 옛날 생각을 하다 보니 쓸 데 없이 센치해졌습니다. 다들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거꾸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두려워졌어요. 최근 계속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두려움이 들었는데, 저와 꼭 같은 처지인 것 같은 사람이 이 그림 속에 있었습니다.
그림 속의 그는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남들이 아직 가지 않은 곳, 어쩌면 자기가 이 여정을 시작한 곳, 아니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갈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멈추지 않을 거라는 점이예요. 저도 여기서 멈추고 싶지는 않아요. 님도 요즘 걷는 길이 외롭고 두렵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일단은 우리 계속 걸어봅시다. 밥 잘 먹고, 커피도 챙겨 마시고 기운을 내서 걷다 보면 프레임 밖으로 나가 결국에는 내 목적지에 도착하고 말 거예요.
오늘의 아트 테라피 한 조각은 에드바르 뭉크의 <카를 요한 거리의 저녁>였습니다. 하루 10분, 명상하듯 감상하며 그저 존재(being)해 봅시다. 다음 주에 다른 작품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