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은 밤하늘의 달이 자기를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님도 어릴 때 "왜 달이 나를 따라와요?" 라고 한번쯤 묻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아동기에는 아직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못해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타인의 시선 속에 갇혀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해서, 정작 내 자신은 제대로 모른 채 하루가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밤하늘의 달이 아니라 끝없는 경쟁과 비교가 우리를 졸졸 따라오는 것 같아요.
오늘의 아트 테라피를 함께할 작품은 클로드 드뷔시의 피아노 연주곡 <달빛(Clair de Lune)>입니다. 지친 마음을 포근하고 은은하게 비춰 위로해주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온 몸의 긴장을 풀어내 보세요. 호흡을 두 세번 갚게 하셔도 좋아요. 마음이 많이 힘들 때는 어릴 때 처럼 조금 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내 고통마저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어요. 그만 힘들어야지, 얼른 털어내고 이겨내야지 하는 마음은 어쩌면 긍정적인 마음이 아니라 일시적인 회피가 될 수도 있어요. 내 고통을 이해하고 들여다 보는 일은 꽤 수치스러운 일이거든요. 이것밖에 안 되는 내가 부끄럽고 속상하지만 이것도 나인걸 어쩌겠어요. 중요한 건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달빛>을 연주했는데요. 어떤 버전을 레터에 첨부할지 유튜브에서 찾아보다가 마리아 조앙 피레스라는 노년의 여성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썸네일에 눈길이 갔습니다. 1940년대생 피아니스트로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거장 연주자인 피레스는 무대에 오를 때 자신이 편안한 모습으로 집중하기 위해 입는 의상과 신발에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평온하면서도 내면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연주라 오늘 레터와도 참 잘 어울리네요.
오늘의 아트 테라피 한 조각은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연주로 듣는 드뷔시의 <달빛>이었습니다. 하루 10분, 명상하듯 감상하며 그저 존재(being)해 봅시다. 다음 주에 다른 작품으로 만나요!
[공연 정보] 때마침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내한공연 소식이 있네요. 피아노 리사이틀이 오는 9월 29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립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일정과 링크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