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기쁘고 행복할 수는 없어요. 어쩌면 기쁨은 삶에서 아주 짧은 순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지루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견디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가진 고민들이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는 나를 객관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볼 필요가 있어요. 비둘기 발자국을 멀리서 내려다 본 것처럼요. 아주 멀리 우주까지 올라가서 나를 한번 내려다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주 작은 한 점처럼 보일 테고, 그러면 지금 가진 문제들이 다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요.

오늘은 우주를 표현한 음악을 함께 들으며 스스로 치유해 봐요. 구스타프 홀스트라는 작곡가가 쓴 <행성 모음곡(The Planet)>이라는 관현악곡 시리즈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금성, 즉 비너스(Venus)라는 제목의 곡은 부제가 무려 평온을 가져오는 별(The Bringer of Peace)이라고 붙어 있어요. 정말 잠시 우주에 떠 있는 것처럼 평온이 느껴지는 음악입니다. 걱정과 근심도 어쨌든 지구의 것이니까 중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금성에 갔을 때는 둥둥 떠다니다 결국 나에게서 영영 멀어져 버리지 않을까요? (지나치게 문과적인 발상인가요? 황당함을 느끼셨을 이공계열 구독자님들의 심심한 양해 바랍니다...)

삶은 사진처럼 멈춰 있지 않아요. 계속 흐르고 변합니다. 내 존재 조차도 잠시 머물다 가는 미물일 뿐이죠. 모든 감정들, 고통과 괴로움도 당연히 지나가요. 가사도 없는 8분짜리 연주곡이 이렇게 아름답고 치유가 된다는 것을 저도 님을 위해 이 글을 쓰며 새삼 깨달아요. 잠시 이 곡을 들으며 호흡을 몇 번 고르다 보면, 지금의 어려움들을 조금 흘려 보낼 수 있기를 바래요. 괜찮아질거예요.